17. 김신조와 이웅평이 남조선으로 가자고 꼬셨다

 

조총련 백 부장의 북조선으로 돌아가자는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선실 문을 박차고 나오니 함장도 따라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북조선을 도망쳐 나왔는데 도로 가자니 기분이 영 상했다. 함장에게 “내 방으로 가겠소”라고 말하고 선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후에 들어보니 함장은 방으로 다시 들어가 조총련 백 부장을 호통을 쳐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이번에는 거류민단이라는 곳에서 나를 만나러 왔다고 함장이 전하는 것이었다.

거류민단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니 남조선 쪽 재일교포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곳 일본에 정착하러 온 것이 아니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려고 하는데 자꾸 귀찮게 만나자고 하니 부아가 끓어올라왔다.

그래서 “어찌 남조선하고 북조선하고 똑같은 행위를 하느냐. 안 만난다. 이제는 누구도 안 만난다.”라고 거절하였다.

거류민단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거류민단에서는 “왜 조총련은 만나면서 자기네는 안 만나주느냐?”고 항변하는 것이었다.

민단에서 이렇게 떠들어대니까, 보안청 과정이 와서는 조총련 만나줬으니 민단도 조금 만나주라고 부탁하였다.

“싫다. 안 만난다. 내가 당신 하자는 대로 하겠느냐. 당신 소속도 아니고 난 도망가다 여기 들린 사람인데 뭐 그런 것까지 양쪽에 짝을 맞추어 줘야 되느냐.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안 만나줬더니 그 이튿날 조총련놈들이 배에다 ‘김만철 동무 북으로 가자’ 플래카드 만들어서 붙여놓고 북을 치면서 우리가 타고 있는 배 주변을 돌면서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민단에서는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왜 조총련은 만나주면서 우리는 안 만나느냐?” 확성기로 떠들어댔다.

이런 식으로 한참 떠들다 해 넘어가니까 조용해지기에 이제 그만 하려나 했더니 이튿날이 되니 또 떠들기 시작하였다.

‘이것들이 계속 이렇게 떠들어댈 건가’라고 생각되었다.

함장이 왔기에 “왜 여기서는 가만히 있는 사람 시끄럽게 못살게 구느냐? 다 쫓아버릴 수 없겠느냐?”라고 불평을 했더니 “여기는 민주국가가 되어서 총칼로 어쩌지 못한다.

시끄럽지 않게 하려면 양쪽을 공평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행기는 한번 지나가면 한참 있다가 다시 돌아오니까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배타고 꽹과리 두드리고 북 치고 나발 불고 그러는 것은 도저히 못 참겠으니 제발 이것만 좀 막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는 다음날부터 오지 않았다. 조금 낫기는 나았지만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는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보안청 과장이 와서는 “거류민단에도 조총련 만나는 것처럼 10분이라도 만나줘라.

그래야 그만 두든지 하지 내가 그 성화에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하소연 했다. 그래서 “그러면 좋다. 딱 10분만 만나줄 테니 그렇게 전해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거류민단 사람 3명이 와서 이 말 저 말하기에 “그래 당신네 요구가 뭐냐?”라고 물었다.

“남조선으로 가자” 그러기에 “그 따위 꼬시려고 왔으면 제발 그만 두고 다 나가라. 당신네 안 나가면 내가 나간다.”

그러니까 점잖게 듣고만 있던 나고야 총영사가 뭐라뭐라 했다.

그래서 “다음 기회 있으면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내가 영 피곤하고 기분이 안 좋으니까 그만 두자”고 했더니 나고야 총영사 일행이 점잖게 돌아갔다.

저녁 때 되니까 다시 나고야 총영사가 이웅평과 김신조를 데리고 왔다.

김신조는 어렸을 때 봤으니까 얼굴을 알아도 이웅평이는 잘 몰랐다. 김신조는 나를 보고 “만철이 형님 아니요.

내 신조요 신조. 정미소집 아들”이라고 그러는 것이었다.

김신조는 어디서 본 듯한 사람 같기는 한데 그놈은 나라는 것을 알고 떠드는 것이었다. 김신조의 말을 들어보니까 그가 분명했다.

“이게 웬일이야. 도대체!”

“형님이 왔다는 소리 듣고서 왔습니다. 비행사 이웅평이 알죠?”라고 김신조가 말했다.

“어, 알아” “이 양반이 이웅평이요”
“야 야, 그 따위 소리 하지마”

나는 북조선에 있을 때 이웅평이가 북조선에서 내려보낸 간첩들에게 목이 잘려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었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자가 이웅평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북조선으로 보내달라는 큰처남

김신조가 “형님, 한국으로 가기요” 하기에 “한국이라니 어디가 한국이냐?”라고 물었다. 남조선이라는 것만 알지 한국이라는 거 몰랐다.

“형님 아직 모르는구나. 남조선으로 갑세”라고 설득하였다.

“야, 식구가 이렇게 많은데 거기 가서 굶어죽으려고 가느냐?”라고 하였다.

북조선에서는 남조선에는 거지가 득실거리고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고 선전했었는데 그걸 난 그대로 믿고 있었다.

“왜 굶어 죽어요? 그렇지 않아요.

남조선은 굉장히 잘 살아요”라고 펄쩍 뛰면서 김신조가 말했다.

그 외에도 김신조하고 이 말 저 말 하였더니 한 십 분 만난다는 게 그만 한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총영사는 한 마디도 안하고 옆에서 그저 웃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오늘 늦었으니까 그만 갑시다”라고 하니 총영사를 다 따라 나갔다.

“이따가 보기요. 형님” 신조가 말했다.

이웅평이도 나를 언제 봤다고 “형님, 다음에 봅시다” 그러면서 갔다.

그들을 만난 뒤부터 거류민단에서 떠드는 것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조총련놈들은 계속 꽹과리 두드리고 북치고 떠들어댔다.

그걸 본 큰처남이 갑자기 배 창문을 열고 “조총련으로 보내 줍세”라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큰처남은 북조선에 안 보내주면 단식투쟁해서 죽겠다고 물 한모금 안 먹고 독침대에 딱 누워서 한 사나흘 굶은 상태였다.

어머니가 암만 얼리고 달래도 단식을 하는 거였다.

‘저 새끼 목숨 걸고 들어와서 여기서 뒈지면 어머니가 근심이란 말이야.

단식하다가 기력이 약해져서 몸이 상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저거 데려가자면 아무래도 잘 달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야, 일어나 밥 좀 먹어라.

내가 알아보니까 조총련으로 해서 가면 좀 쉽게 갈 수가 있겠더라.

근데 기력이 있어야지 갈 거 아니냐.

야, 죽어서 송장으로 수령님 앞에 가서야 뭐 칭찬 받을 게 있냐?

그러니까 약속하자. 내 보내줄게.

조총련 부장도 알고 하니까 함장한테 가서 전화하면 즉각 올 거다.

보내줄 테니까 먹고 기력을 차려라.

그래야 북으로 가든지 수령님 앞으로 갈 거 아니냐.”

“매부 정말 그거 약속하겠음매?”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 했냐.

너희들한테” 그랬더니 내 말을 믿었다.

그래서 죽을 쒀다 주니까 먹더니 “그러면 언제 보내주겠음매”라는 것이었다.

“기회를 봐 날짜를 정하여 약속해서 출발하도록 하자”라고 했는데 마침 잘됐다 싶은 거였다.

 

김만철 선생 탈북기 제17화 PDF

온세계 만방에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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